“황상무 사퇴해야” 언론들 뒤늦은 야단법석 ‘민망’

주식 :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위협 발언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가 뒤늦게 요란하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황 수석에 대해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언론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nvesting : 중앙일보는 18일자 사설 <회칼 테러 운운 황상무 수석 자진사퇴하라>에서 “대통령실 수석이 막말을 넘어 섬뜩한 협박성 발언을 거론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과문에 대해서도 “말은 평소 의식의 소산인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황 수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의 언론관이 어떤 수준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매섭게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이보다 이른 16일자 사설 <대통령은 또 여론 비판 부른 결정, 참모는 ‘회칼 테러’ 운운>에서 “황 수석은 농담이라고 했다지만 이런 농담도 있나. 기자 출신인 황 수석은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반언론적 망언인지도 모르는 사람인가”라면서 황 수석 사퇴를 촉구한 언론단체의 요구가 무리가 아니라고 했다.한국일보도사설을 통해 "사과로 슬그머니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밝히는 등 거의 모든 매체들이 사퇴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토와 비판은 이들 신문이 애초에 문제의 발언이 있던 날에는 이 사안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던 것에 비춰보면 원인 없이 결과만 전하는 셈이 되고 있다. 사건 발생 사실은 전하지 않은 채 그 사실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이들 신문만을 본 독자들이라면 황상무 발언 파문에 대해 그 경위를 제대로 알 수가 없는 형편이다.

지난 1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꺼낸 ‘회칼 테러’ 발언은 그날 중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을 비롯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사이에 공유가 되고 보도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가 되기 전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물론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이후에도 이를 받아 전하는 매체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외에는 없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스스로 지적하듯 ‘심각한 반언론적 망언’ ‘막말을 넘어 섬뜩한 협박성 발언’의 보도를 결정하기까지 이틀이나 걸린 데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아니면 애초에는 이 정도의 언론에 대한 협박성 발언은 무시해도 될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발언이라고 봤던 것일 수 있다.

특히 88년 당시 테러를 당했던 오홍근 부장의 자매 신문인 중앙일보는 어느 매체보다도 중대하게 취급했어야 할 발언이지만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사퇴 촉구 주장을 펴고 나왔다.

황상무 수석이 발언 이틀이 지난 뒤 단 네 줄짜리 사과를 주말 아침에 기습적으로 올린 것도 이들 주요 언론들의 무관심과 소극적인 보도를 보면서 사퇴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않아도 되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황 수석의 이 입장문도 ‘사과’라는 표현을 쓰긴 했으나 그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진정한 사과인지를 의심케 했다. 특히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문구는 테러 위협 발언을 상대방을 헤아리지 못한, ‘배려의 부족’쯤으로 여기는 표현이었다.

이번 위협 발언을 포함해 MBC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집요한 탄압과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외면하고 방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이번의 황 수석 발언을 낳았던 큰 요인 중의 하나였다. 또 그발언 이후에도 언론들의 무관심속에 별 파문 없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낳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황상무 망언 사태'이자 '언론들의 방조 사태'라고 해야 마땅하다.

언론에 대한 권력의 협박성 발언이 이같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 17일은 동아일보 기자들이 유신정권하에서 자유언론운동을 펼치다가 대거 해고되면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를 결성한 지 49년을 맞는 날이다. 1975년 3월 17일 자유언론실천 운동을 하던 동아일보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 등 130여 명이 박정희 정권과 동아일보 사측에 의해 무더기로 해고됐고 그날 바로 동아투위가 만들어져 수십년간 언론자유 운동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

동아투위는 1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황상무 수석의 발언에 대해 "이게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면서 “지금 한국의 언론 상황은 반세기 전 유신시대나 마찬가지다”고 개탄했다.

동아투위 위원들의 비판과 개탄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것인 동시에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 방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질타이기도 하다. '회칼 테러' 발언 파문과 그에 대해 언론이 보인 모습은 2024년한국의 언론에 언론자유의 침해가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