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만 악화시킨 언론의 ‘대파’ 편파보도

ai주식/주식ai : 시민언론 민들레는 최선영 교수, 고은지 연구원과 함께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총선>을 기획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다고 추정되는 랭킹뉴스 데이터를 수집하여 언론사의 총선 프레임과 보도 추이, 패턴을 해석하고 분석합니다.

재원 :

지난 주 이종섭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자 한동훈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청했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언론에서 ‘한 위원장의 승부수를 띄운 활약’인 양 아무리 포장해도 한 위원장을 칭송할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종섭 씨는 호주 대사에 임명되어선 안되었기 때문이다.한동훈 위원장 찬양 뉴스는 아무리 쏟아져 봤자 역효과만 냈다. 랭킹뉴스에서 ‘정치 개같이 하는 …’ 막말 보도만 상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수정·한동훈·인요한, 쓰리 콤보의 실언

3월 25~29일(월~금) 네이버 랭킹뉴스 분석 결과 댓글 많은 뉴스 top20에서 정부 여당 관련 이슈는 25일 ‘이수정과 대파 한 뿌리’, 29일 ‘마피아도 부인은 안 건드린다는 인요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호위 발언’, 29일 ‘정부 여당과 의사 간 갈등 고조’, 28일 ‘한동훈 위원장의 ‘개같이 정치 하는 사람이 문제’ 등이었다. 이수정, 인요한, 한동훈 쓰리 콤보가 구설을 키운 셈. 특히 인요한 후보가 잠적한 김건희 여사를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와)’ 호명하며 대통령 부부 논란만 재점화 되었다. 하필 왜 마피아와 연관 지었는지 의아하다. 악화일로의 ‘의대 정원 갈등’ 이슈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댓글 많은 기사는 조선일보가 7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댓글 수 총합도 단연 선두였다. 그러나 이들의 보도는 다른 언론사 기사와 매우 달랐다(조선일보 보도 패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다루기로 한다).

尹 “파・양파 다듬어” 김치찌개까지 끓였으나

나홀로 이슈 메이킹에 전념한 조선일보는 과연 ‘대파’ 보도를 다뤘을까? 연구팀이 네이버 랭킹뉴스에서 ‘대파’ 관련 기사 제목 20건을 분석해 댓글 많은 순으로 추출한 결과 조선일보 기사는 단 한 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보도도 순위권에서 ‘대파’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댓글 많은 랭킹뉴스에서 주목받은 ‘대파’ 기사는 경향신문 6건, MBC 3건, JTBC 2건 등이었다. 네이버뉴스 이용자들은 경향신문 ‘대파’보도에 가장 크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표에서 보듯 ‘대파’ 이슈는 여러 갈래로 파생되었다. 우선 이수정 후보의 ‘한 뿌리 875원’ 발언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가장 많이 댓글이 달린 기사는 25일 경향신문의 <이수정, 윤석열 ‘대파 875원’ “한 단 아닌 한 뿌리 얘기하는 것”>.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려던 이수정 후보의 발언은 성난 민심에 뜨거운 파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연합뉴스, 한겨레신문은 지난 정부 때 채소값과 대파값이 최고가였다고 항변한 대통령실 입장을, SBS Biz와 이데일리는 “대파 가격 진짜 875원”하는 곳을 소개해 대통령을 변호했다. 그러나 댓글 여론은 싸늘했다. 이수정 후보가 마침내 “이성을 잃고 실수했다”며 사죄했지만 ‘대파’ 이슈는 29일까지 타올랐다. 이 후보의 사과 방식도 미숙했다. 대파를 x자로 들고 사과해 여당의 엑스맨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MBC의 26일 농민들의 ‘대파 시위’ 보도는 진짜 민심을 전달했다. ‘대파’ 민심이 심상치 않자 윤 대통령은 27일 수요일 낮 직접 “파・양파 다듬어” 김치찌개를 끓이는 봉사활동까지 했다. 아래 표는 대통령실의 봉사활동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쓴 기사 제목이다. 고만고만하게 벽돌 찍어내듯 붙인 윤비어천가로 느껴진다. ‘대파’는 사라진 채 겨우 ‘파’만 살아있는 앙상한 제목들이 애처롭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의 봉사활동도 무위로 돌아갔다. 난데없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대파’ 보도에 발끈하고 나선 것. MBC ‘대파’보도가 선거방송심의규정의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면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날리면’, ‘배추-매출’, ‘파란색 1번 일기예보’에 이은 ‘대파 가격’ 보도 심의라니. 방심위가 ‘대파’ 이슈에 참전한 이상 ‘대파’는 또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허리 숙여 인사하던 尹을 보라

대통령의 ‘대파’ 이슈 대응 방식은 그동안 정부 여당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게나 해온 국정 운영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파를 다듬어 김치찌개를 끓여 봉사활동하는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와 MBC ‘대파’ 보도를 그토록 일방적이고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사람은 동일인이다. 대파는 875원이 합리적이라며 웃는 그는 아픈 사람들과 과로로 지친 의사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타협도 대화도 하지 않는 냉혈한과 동일인이다. 대통령은 4월 1일 담화에서 “겸손”을 외쳤지만 말과 태도는 도무지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말부터 국민의힘의 단골 레퍼토리인 ‘엎드려 절하기’ 사진 보도가 언론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국민들을바보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러긴 힘들다. 언론, 이수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대리인’을 통한 무법적인 폭정이 계속되는 한 국민 앞에 엎드려 무릎 꿇고 절을 한다 한들 진심이 와닿을 리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여의도역에서 허리를 굽히고 인사했던 이 사람을 보라. “뼈를 깎는 쇄신의 각오를 다지며” 국민 눈높이에서 연습문제 잘했다고 칭송했던 언론들은 이 사진을 보라. 그는 한결같다. 어제도 국민만 바라보며 겸손하게 일하고 있음을 알렸다. 국민의힘의 엎드려 절하기도 한결같다.

*데이터 수집 기간 : 2024년 3월 26~30일 *데이터 수집 대상 :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 종합일간지 10개(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방송/통신사 14개(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채널A, 한국경제TV, JTBC, KBS, MBC, MBN, SBS, SBS BIZ, TV조선, YTN), 경제지 11개(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비즈워치,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세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인터넷 8개(노컷뉴스, 더팩트, 데일리안, 머니S, 미디어오늘, 아이뉴스24,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IT 5개(디지털데일리,디지털타임스, 블로터, 전자신문, 지디넷코리아), 지역 12개(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기일보, 국제신문, 대구MBC,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주MBC, CJB청주방송, JIBS, kbc광주방송)

고은지 게임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 필자들의 연구 블로그에서 상세한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