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천’ 방심위원 “선거방송심의, 언론자유 제한”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위촉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이 과거 논문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심의위)가 모든 선거방송을 심의하는 방식은 언론자유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선거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자유가 함부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며 보도 공정성은 반론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추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는 민원인의 주장만 있으면 심의 안건으로 상정해제재에 나서고 있다. 선방심의위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과 '여사' 호칭, 사법농단 사건, 고발사주 사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선거와 관련 없는 방송을 징계하고 있다. 4일 '미세먼지 1' 일기예보에 대해 최고수위의 징계를 결정해 파문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지난 1월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를 방통심의위원에 위촉했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문 위원은 한국헌법학회 상임이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한국언론법학회 회장, 아리랑TV 사장, 윤석열 정부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법제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문 위원은 지난 2006년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발행한 '방송문화연구'에 실은 논문 <선거방송과 관련된 법적·제도적 문제점 연구>(KCI 등재)에서 "선거보도의 경우 선방심의위가 모든 선거방송을 심의한 후 공정성을 상실한 보도를 제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국가기관에 의한 전면 심사는 비효율성, 태생적 불공정성, 언론의 자유의 제한 등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은 "공정성은 보도 내용에 이해관계 있는 자에게 항변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반론보도 청구제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선거방송의 불공정성을 심판하는 최종 기관은 법원이어야 한다. 공정성의 판단과 그에 따른 제재조치의 선택을 선방심의위가 독점하는 공직선거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은 선방심의위의 전면적 심의가 방송사의 편성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9조는 '특집기획프로그램은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은 선방심의위가 모든 프로그램을 예의주시하게 만들어 방송사의 편성권에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미치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게 문 위원의 지적이다.

문 위원은 "방송이 선거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쳐 선거 결과가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수단이 반드시 전면적 심의일 필요는 없다"며 "또 전면적 심의가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문 위원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체는 선거에 참여하는 주체일 것"이라며 "따라서 공정성도 후보자에게 방송된 내용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라 기회를 주는 것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중략)이것이 헌법에서 요구하는 균등한 기회의 제공이라고 하겠다"고 했다.

문 위원은 관련 사례로 미국의 선거방송 제도를 들었다. 문 위원은 미국에서 방송에 대한 '공정성 원칙'(페어니스 독트린)은 폐기됐지만,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동등기회 제공의 요건'은 연방 통신법에 법적 기준으로 살아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1959년 법률개정으로 선의의 뉴스, 뉴스 인터뷰, 뉴스 다큐멘터리와 현장보도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 위원은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공정성 원칙을 폐지한 이유 중 하나도 방송의 특수성이라는 규제의 정당성이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방송에 대하여 공정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문 위원은 "미국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방송 관련법규는 국가기관에 의한 전면심사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선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공정성의 달성은 공권력에 의한 전면적인 심사에 의하기보다 방송사에 편성의 자유를 부여하고, 불공정한 보도로 피해를 본 후보자 측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문 위원은 선방심의위의 제재는 방송사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문 위원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은 헌법이 요구하는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공정성의 판단 기준 역시 헌법이 요구하는 균등한 기회 보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또한 공정성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달리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공정성 위반에 따라 제재조치를 하여야 할 경우 그 최종 판단주체는 법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위원은 "공직선거법처럼 공정성의 판단과 그에 따른 제재조치의 선택을 심의위가 독점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문 위원은 "방송법은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심의위로부터 제재조치를 통보받으면 지체 없이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재조치를 통보받고도 이를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 방식으로 벌칙규정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법원은 제재조치의 이행 여부를 심판할 뿐 그러한 제재조치의 타당성, 즉 선거방송의 불공정에 대하여는 심판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심의위의 권한은 과도한 것이며, 방송사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짚었다.

문 위원은 "현행 제도는 선거의 공정성 및 선거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있다"며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공정성의 확보가 언론의 자유보다 소중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거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의 자유를 함부로 훼손하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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